[프리미어12] '들러리? 이젠 주인공!'…김인식호, 초대 챔피언 향해 전진
한국 야구 대표팀이 '세계 제일, 사무라이 재팬'을 외치던 일본을 제압했다.한국을 '들러리'로 만들려 했던 일본이 오히려 '조연'으로 전락했다.이제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 12의 주인공은 김인식(68)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다. 한국은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과의 프리미어 12 준결승전에서 4-3, 짜릿한 역전극을 펼쳤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가장 극적인 경기였다. 승자 한국은 결승행(21일 도쿄돔) 티켓을 손에 넣으며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을 꿈꾼다. 반면, 일본은 자국 팬들의 싸늘한 시선 속에 3, 4위전을 치러야 한다.'전승 우승', '세계 제일'을 외치는 일본은 한국을 들러리로 만들려고 했다.한국 대표팀이 100% 전력을 발휘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너무 많았다.대회 시작부터 '일본을 위한 대회'라는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대회를 시작하고 나니 상황이 더 심각했다. 예선전부터 8강전까지 대만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B조 개막전 한·일전만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국은 8일 삿포로돔에서 경기를 치르고, 대만으로 이동해야 했다. 한국-일본-대만으로 이어지는 피곤한 일정을 감수했다. 일본은 안방에서 대만으로 이동해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훈련 배정도 한국에 불리했다. 개막전 전날인 7일 삿포로돔에서 축구 경기가 열린 탓에 한국은 경기 당일에야 삿포로돔을 처음 밟았다. 전력상 열세인 한국에, 경기장 적응 시간조차 없었던 건 큰 악재였다.일본에 0-5로 패하고, 대만으로 이동해 3승 1패를 거둬 3승 2패로 8강 티켓을 손에 넣은 한국은 또 악재를 맞았다. 한국은 B조 예선 마지막 경기인 15일 미국전이 끝난 뒤에야 8강 경기 장소와 경기 시간을 통보받았다. 그런데 그것마저 변경됐다. B조 예선 멕시코전과 미국전을 치른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오후 7시 30분(한국시간)에서 쿠바와 격돌할 예정이었지만, 티엔무구장 전광판에 불이 나 8강전 장소가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으로 바뀌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은 쿠바에 7-2로 승리해 4강행을 결정지었다.도쿄 이동은 예정됐던 일이었다. 한국 대표팀은 한국-일본-대만-일본으로 이동하는 험난한 일정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정표가 또 나왔다.
당연히 18일 오후에 도쿄로 이동해, 20일 준결승을 치를 것이라 생각했던 한국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준결승전이 19일에 열린다'는 통보를 받고 화가 났다. 대회 규정에 '일본이 4강에 오를 경우, 일본 경기는 무조건 19일에 치른다'라는 조항이 첨부돼 있었다. 준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게 된 한국은 18일 오전 4시부터 준비해 7시 30분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이동했다. 선수들은 피로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18일 오후 3시 15분부터 도쿄돔 적응 훈련을 했다.일본은 18일 오후에 도쿄에 도착해, 오후 8시에 도쿄돔 훈련을 했다. 피로감은 일본 쪽이 덜했다.일본은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파티를 준비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은 '일본의 비극'으로 끝났다. 일본 팬의 절대 지지를 받던 고쿠보 히로키 감독은 한국과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죄인처럼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이번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악재가 많았다. 특히 해외파 류현진(LA 다저스), 오승환(한신),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윤석민(이상 KIA)이 부상으로 낙마해 투수진 구성에 애를 먹었다. 여기에 해외 원정 도박 파문으로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상 삼성)이 대표팀에서 제외됐다.류현진은 부상이 아니지만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대표 차출을 허락하지 않아 뛸 수 없었다고 해도 일본파와 국내 에이스를 동원할 수 없는 상황은 한국 대표팀을 힘들게 했다. 이번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일본도 메이저리거를 동원하지 못했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 나카다 쇼(이상 닛폰햄 파이터스) 등 일본프로야구 최고 선수들을 모아 대회에 나섰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일본은 '프리미어 12 초대 챔피언'이 되고자 노력했다. 때론 이해할 수 없는 행정으로 빈축을 샀다. 그러나 한국은 모든 악재를 넘고 결승에 진출했다. 100% 전력으로 싸울 수 없는 환경에서 120%의 힘을 냈다. 김인식 감독은 "포기하지 않은 결과"라고 했고, 이대호(소프트뱅크)는 "정신력과 전투력"이라고 표현했다.이제 한국이 주인공이다. 한국은 일본 야구의 심장부 도쿄돔에서 파티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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