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김인식 감독, ‘국민 감독’의 자존심 지켜내다
김인식 감독이 다시 한 번 ‘국민 감독’으로서의 명성을 떨쳤다.한국 야구대표팀은 2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미국과의 프리미어12 결승전에서 8-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예선 라운드에서 일본과 미국에게 패한 아쉬움을 모두 설욕하며 초대 대회 우승이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남기게 됐다.이번 대회는 사령탑을 선임하는 과정부터가 순조롭지 않았다. 리그가 종료되는 시점에 대회가 열린 만큼 KBO에서는 국가대표팀 운영 규정상 전년도 우승 또는 준우승을 차지한 현역 감독이 지휘봉을 맡기에 일정상 무리가 있다고 판단, 전임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도록 했다.결국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진출, 2009년 WBC 준우승의 쾌거 등 국제 대회에서 뛰어난 성과를 남긴 김인식 감독이 ‘독이 든 성배’와도 같은 대표팀 사령탑을 재차 맡게 됐다.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온갖 비난을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그동안의 명성에도 흠집이 날 수 있었지만 한국 야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그를 새로운 도전으로 이끌었다.하지만 이후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특히 양현종, 윤석민, 오승환,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정상급 투수들이 대거 합류하지 못했고, 상비군 제도 역시 촉박한 시간 및 각 구단의 사정상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김 감독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쿠바와의 두 차례 평가전부터 떨리는 마음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모처럼 복귀한 자리일 뿐 아니라 프리미어12에서도 야구 팬들의 기대치가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 1차 목표를 3승, 즉 예선 라운드 통과로 밝혔으나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는 부담감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일본과의 개막전 영봉패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졌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대만 입성 이후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일본 선수들의 공을 쳐봤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졌지만 좋은 경험이었고, 앞으로의 시합이 중요하다”며 수장으로서 선수단을 독려하는 모습을 보였다.많은 압박 속에서 김인식 감독은 평정심을 빠르게 되찾았고,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본인이 가진 역량을 뽐내기 시작했다.이번 대회에서 김인식 감독은 불펜진을 가동하는 타이밍을 한 템포 빠르게 가져가는 운용을 통해 수차례의 위기를 막아냈다. “모든 것이 결과론일 뿐”이라며 겸손함을 드러냈지만 현장 감각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또한 야구는 결국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펼치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마지막까지 잃지 않았다. 중심타선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시점에도 김 감독은 “오늘은 해주겠지”라는 말과 함께 미소를 드러내며 다시 한 번 이들에게 기회를 줬고, 초반 아쉬움을 드러냈던 ‘테이블 세터’ 정근우-이용규 조합을 특별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밀고 가는 강단을 보였다.일본, 미국과의 예선 라운드에서 모두 고개를 숙였던 김광현을 결승전에 투입시켜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준 부분도 결국에는 ‘믿음의 야구’에서 비롯된 선택이었다. 모든 결단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지만 결정적인 순간 제 몫을 다해내며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들도 충분히 많았다.이 밖에 일본과의 4강전에서 9회초 오재원, 손아섭 연속 대타 카드를 적중시키며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한 점, 정보 노출 등을 우려해 마지막까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 발언과 선택을 내린 점, 선수들에게 자율적인 분위기를 부여하되 그 속에서 스스로가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끈 리더십까지 ‘국민 감독’으로서 그는 이번 대회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시 한 번 이끌어냈다.김 감독이 KBO리그 현장 복귀를 바라고 있는지 그 속내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지도력을 통해 그가 ‘교체 사령탑 0순위’의 귀하신 몸으로 재차 떠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수많은 국내 야구 팬들이 김인식 감독에게 외친다.“감사합니다. 김인식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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