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산체스', 에이스의 모습으로
칠레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 중인 알렉시스 산체스(27·아스널)가 침묵에 빠졌다. 소속팀, 아스널에서의 무득점 행진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칠레와 콜롬비아는 13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칠레 산티아고에 위치한 에스타디오 나시오날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최종 예선 3차전을 치렀다. 양 팀은 1-1 무승부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공 점유율만 놓고 평가하자면 칠레가 승리를 거두는 것이 마땅해 보일 경기였다. 63%의 공 점유율을 기록한 칠레는 주도권을 잡고 득점을 노렸다. 반면 콜롬비아는 칠레에 비해 우월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수비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택했다.콜롬비아는 노골적으로 무리엘과 학손 마르티네스라는 두 명의 공격수들에게 모든 공격을 맡기는 역습 형태를 취했다. 여러 가지 상황 면에서 유리해 보였던 것은 칠레였다. 실제로 미드필더에서 공을 잘 소유하며 경기를 이끌었다.하지만 선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와 바르가스가 문제였다. 몸싸움에서 문제점을 노출하며 공격을 이끄는 데 실패했다. 산체스는 경기 내내 위협적인 장면을 만드는 대신 콜롬비아의 압박에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공격이 뜻하는 대로 풀리지 않자 그는 짜증 섞인 표정을 자주 보였다. 대표팀에서만 총 28골을 넣었던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던 칠레팬들 역시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1-1로 무승부를 거뒀지만, 콜롬비아는 상대적으로 몸싸움에 취약한 칠레 공격수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산체스의 득점을 틀어막고 사실상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경기가 칠레의 안방에서 펼쳐졌음을 감안한다면 무승부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칠레는 비달이 전반 종료 직전에 기록한 선제골로 체면을 지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산체스의 부진이 뼈아팠다. 최근 소속팀에서의 부진한 모습을 대표팀에서도 지워내지 못한 것.바르셀로나에서 뛰던 당시, 산체스는 국내 팬들에게 ‘산왕’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메시가 없으면 산체스가 왕’이라는 뜻이다. 스타가 즐비한 바르셀로나의 ‘제 2 에이스’로 손꼽힐 정도로 그만큼 산체스의 기량은 출중했다.아스널에서도 산체스의 ‘에이스 놀이’는 계속됐다.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만 25골을 넣으면서, 팀의 FA컵 우승까지 견인했다.그러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18일 정규리그에서 왓포드를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이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6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하고 있다. 왓포드전까지 6경기(아스널 4경기, 대표팀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한 것에 비한다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행보’다. 기복 없이 꾸준한 모습을 선보이는 산체스의 장점은 사라진지 오래다.산체스가 침묵을 지킨 동안, 그의 소속팀은 3승1무1패를 기록했다. 득점행진 기간 동안 5승1패(아스널 3승 1패, 대표팀 2승)의 성적을 이끌어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스널과 칠레가 산체스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한 번에 알 수 있다.다행히 아스널과 칠레의 상황은 ‘최악’이 아니다. 칠레는 13일 현재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최종 예선에서 2승1무를 거둬 10개 팀 가운데 2위에 올라있고, 아스널 역시 정규 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에 이어 2위(승점 26)를 기록 중이다. 산체스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약간의 여유는 갖춘 셈이다.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아 보인다. 산체스의 다음 일정은 대표팀 경기다. 칠레는 오는 18일 오전 역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해야한다. 우루과이 역시 2승1패로 조 3위에 위치해 있어, 홈 경기로 치러지는 칠레전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경기의 승패 여부로 순위 변동이 가능한 경기이기에, 칠레는 그 어느 때 보다 산체스의 득점이 절실하다.한 번 불이 붙으면, 그 누구도 쉽게 막을 수 없는 산체스. 그의 ‘에이스 놀이’가 우루과이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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