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방망이 침묵' 나성범에게도 격려가 필요하다
타선에서의 주인공이 매 경기 바뀌고 있지만 나성범(26·NC)은 아직까지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하지만 질책보다는 따뜻한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한국 야구대표팀은 지난 14일 대만 티엔무 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멕시코와의 예선 라운드 4차전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두고 3승1패로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물론 B조 2위 자리를 수성해야 할 목표가 남아있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을 상당 부분 내려놓고 미국전에 임하게 된 만큼 그동안 아쉬웠던 부분들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한국은 일본과의 개막전에서 빈타에 허덕이며 결국 영봉패의 수모를 당해야 했으나 도미니카전 7회 이대호의 역전 투런포를 시작으로 타선이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결국 10-1로 도미니카를 완파한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상대로도 초반부터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13-2 7회 콜드게임 승리라는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멕시코전 역시 후반 침묵은 아쉬웠으나 초반 맹타로 벌어놓은 점수를 끝까지 지켜내면서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이번 대회 타자들의 개인 성적을 살펴보면 10타석 이상을 소화한 선수 중 김재호가 타율 5할(10타수 5안타)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황재균 역시 타율 4할1푼7리(12타수 5안타) 2홈런 3타점 3득점으로 절정의 컨디션을 과시하고 있다. 또한 테이블 세터의 한 축인 정근우가 타율 3할7푼5리(16타수 6안타) 5타점 4득점으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김현수 는 타율 3할5푼3리(17타수 6안타)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8타점을 폭발시키며 3번 타자로서의 역할을 다해냈다.이대호와 박병호 역시 타격감은 다소 저조하지만 나란히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부활을 알린 바 있으며, 클래스가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결정적인 순간 한 방에 대한 기대치는 여전히 높다.현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타자는 나성범이다. 지난 4경기에서 그가 기록한 타율은 1할1푼1리. 9타수 1안타 1득점 1볼넷 3삼진의 기록은 나성범의 위치를 감안했을 때 다소 어울리지 않는 성적임에 틀림없다. 그동안 박병호의 부진에 가려진 대표팀의 또다른 고민 가운데 하나다.이번 대회에서 김현수-이대호-박병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틈을 파고 들 수 있는 자원은 사실상 나성범이 유일했다. 올시즌 나성범은 타율 3할2푼6리 28홈런 135타점 112득점을 기록했다. 단순히 성적만 놓고 보면 김현수(타율 0.326 26홈런 121타점 103득점)와 비교해도 밀릴 이유가 전혀 없으며, 대표팀 내 KBO 선수들 사이에서도 타율 2위, 홈런 3위, 타점 2위, 득점 2위, 장타율 3위 등으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심 타선 3명과 비교했을 때 나이 역시 가장 어리기 때문에 장차 대표팀의 미래는 나성범의 어깨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인식 감독은 멕시코전을 앞두고 "나성범의 스윙 타이밍이 다소 늦는 편이다. 본인 역시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타순을 6번에서 7번으로 한 계단 내려 부담감을 덜어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나성범은 여전히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이대호, 이용규와 함께 선발 가운데 안타를 터뜨리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그동안 중심 타선에 배치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진이 상대적으로 가려진 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포들의 몸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나성범이 계속해서 침묵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그에게로 향하게 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나성범은 장기적으로 경험을 쌓게 하면서 미래의 중심타자로 키워야 할 소중한 자원이다.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박병호는 멕시코를 상대로 그동안의 오랜 침묵을 깨뜨리는 홈런포를 쏘아 올린 뒤 "동료들과 팬들이 잘하라는 말보다 힘을 내라는 말을 해주셨다"며 따뜻한 격려 속에서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었음을 고백한 바 있다.나성범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리그에서 많은 것을 증명해낸 만큼 결국에는 타격감이 살아날 순간도 찾아오기 마련이다. 아직 나성범에게는 본인의 가치를 입증할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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