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키워드는 오타니·파행·역전…결론은 '한국'
올해 처음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는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기까지 숱한 화제를 뿌렸다.일본의 오타니 쇼헤이(21·닛폰햄 파이터스)는 개막전 완벽한 투구로 대회 내내 이목을 사로잡았다.일본의 과욕과 운영 미숙에서 비롯한 파행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한국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막판 대 역전 드라마를 쓰면서 국민을 환호케 했다. 초대 챔피언이 되리라 확신하던 일본에는 충격적인 결과였다.그리고 한국은 21일 결승전에서 미국에 8-0 압승을 거두면서 세계 정상에 올랐다.▲오타니 = 한국은 지난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소문의 괴물투수' 오타니와 직접 상대했다.상상 이상이었다. 오타니는 시속 161㎞ 강속구에 140㎞대 후반의 포크볼 등을 뿌리며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그는 6이닝 2피안타 2볼넷에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고 한국에 0-5 완패를 안겼다.그는 삿포로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닛폰햄 소속 투수다. 이 대회를 주도한 일본은 일부러 개막전 장소를 삿포로돔으로 잡아 '오타니 쇼케이스'를 준비한 듯했다.그러나 오타니의 재능만큼은 한국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경기로 오타니는 한국뿐 아니라 메이저리그 등 세계의 관심 대상이 됐다.한국은 19일 도쿄돔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과 재대결했고, 오타니를 다시 상대해야 했다. 이번에도 오타니는 7이닝 1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오타니에게 꽁꽁 묶였던 한국은 그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인 9회에 4-3으로 역전해 경기에서 이겼다.한국은 승리 이유로 "오타니의 강속구에 익숙해지니 다른 투수의 공이 상대적으로 편해 보였다"는 점을 꼽았고, 일본은 패배의 원인을 "잘 던지던 오타니를 일찍 내려서"라고 진단했다. 오타니는 이 경기도 지배했던 것이다.이 대회에서 11안타 13타점을 올린 김현수(27·두산 베어스)도 오타니에게는 6타수 1안타 5삼진을 당했다. 그는 "(일본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는 정말 최고인 것 같다"고 인정했다.▲파행운영 혹은 꼼수 = 잡음이 끊이지 않던 대회였다. 대회를 주도한 일본의 수상한 개입이 곳곳에서 나와 각종 의혹을 자아냈고, 대만에서는 미숙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가장 공분을 일으킨 일은 일본 대표팀의 사정에 맞춰 준결승 일정이 변경된 것이었다.일본은 '우승 시나리오'에 맞춰 자신들이 출전하는 준결승 일정을 다른 준결승 일정과 바꿔치기해 애초 날짜에서 하루 앞당긴 19일로 옮겼다. 21일 결승전에 나서기 전에 하루를 쉬어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려는 계략이었다.
또 대만에서 일본 도쿄로 이동 시간도 한국은 잠을 제대로 못 자도록 새벽 시간으로 통보해 선수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당일 오후에 느긋하게 이동한 일본 선수단에 비해 한국은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도 못하고 훈련을 해야 했다.대만에서는 8강전 경기가 전날 저녁까지 장소와 시간이 '미정'이어서 참가국이 혼란을 느꼈다. 현지시간으로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다음날 열릴 8강전 장소와 시간이 공지됐지만, 이마저도 급히 변경됐다.8강전 경기장 중 한 곳인 타이베이 티엔무구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8강 진출국은 오락가락 대회 운영의 피해자가 됐다.한국은 15일 미국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승부치기 중 나온 오심으로 씁쓸한 패배를 겪기도 했다.10회초 미국 공격에서 2사 1루에서 도루를 시도한 주자 애덤 프레이저가 2루에 닿기 전 정근우에게 태그를 당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대만 출신 왕청헝 2루심은 세이프를 선언했고, 이후 미국은 결승타를 쳐 경기에서 이겼다.심판 배정도 논란거리가 됐다. 19일 일본과의 준결승에서는 일본인 가와구치 코다 심판이 좌선심을 맡아 문제가 됐고, 21일 미국과의 결승전에서는 미국 출신의 메이저리그 심판인 폴 길이 3루심을 맡아 한국은 불편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일본 참패 =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일본을 꺾고 결승전 티켓을 따낸 것은 일본으로서 충격적인 일이었다.더욱이 한국은 0-3으로 패색이 짙던 9회초 4점을 뽑아내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당연히 준결승과 결승을 통과해 초대 챔피언 자리에 오를 줄 알고 일찌감치 결승전 선발투수까지 예고했던 일본은 망연자실했다.이 경기를 두고 일본 언론은 '뜻밖', '악몽' 등 표현을 써가며 격하게 반응했다.한국에서는 9회초 공격의 물꼬를 튼 오재원(30·두산)의 활약이 주목을 받았다. 오재원은 다소 과장된 안타 세리머니로 대표팀에 투지를 불어 넣고 일본에서 분위기를 빼앗아 왔다는 재평가를 받았다.▲챔피언은 한국 =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결승전에서 미국을 8-0으로 압도하면서 대회 초대 우승국이 됐다.엔트리 구성 단계에서부터 '최약체' 평가를 들었고, 불리한 일정 등 각종 악재에 시달렸지만, 투·타 조화와 적절한 작전으로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김현수는 초대 MVP 영예를 안았다. 대회 '베스트 11'에는 김현수와 이대호(33·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황재균(28·롯데 자이언츠)이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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