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유닛' 메시 보다 위대했던 팀 바르샤
루이스 수아레스와 네이마르가 건재한 바르셀로나는 이미 뭘 해도 잘 나가는 집안이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선수인 리오넬 메시가 부상을 털고 전력에 가세하자 바르셀로나는 더욱 맹렬한 기세로 상대를 압도했다. 하지만 메시는 호랑이의 날카로운 발톱이었을 뿐, 호랑이 그 자체는 아니었다. 바르셀로나는 한 선수 위주로 팀이 뭉치는 것이 아닌 하나의 팀으로 뭉쳐지고 있었다.바르셀로나는 25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45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캄 누에서 펼쳐진 AS로마와의 2015~2016 시즌 유럽축구연맹(이하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5차전에서 6-1로 승리했다.이날 모두의 시선을 모은 선수는 단연 리오넬 메시였다. 지난 9월 26일 정규리그 라스 팔마스와의 경기 이후 60일 만에 선발 명단에 복귀한 그는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적응기간도 필요 없었다. 2골1도움을 올린 메시는 팀 승리를 도왔다.이번 로마전에서 드러났듯이 ‘에이스’ 메시의 가세는 바르셀로나에게 큰 힘이 됐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는 한 선수의 이탈과 복귀로 좌지우지 될 만큼 약한 전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메시가 이탈한 60일 동안 바르셀로나는 모든 대회를 통틀어 7승1무1패를 거뒀다. 흔들림이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메시는 바르셀로나라는 명품을 빛나게 하는 하나의 성능 좋은 부품이었을 뿐이다.이날 2골1도움을 올리긴 했지만, 메시는 절대 개인 기량으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않았다. 그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와 바르셀로나가 전통적으로 지향하는 짧은 패스를 통한 점유율의 극대화전략이 효과적으로 이뤄지도록 충실하게 도왔다.메시는 기회가 날 때 마다 슈팅을 가져가는 모습은 있었지만, 중원에서 볼을 소유한 뒤 동료에게 결정적인 패스를 전달하는 ‘조력자’의 모습도 선보였던 것. 이로 인해 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총 775개의 패스를 기록하며 무려 71%의 공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비록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전반 3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양 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상대의 압박을 벗겨내고 네이마르에게 스루패스를 시도한 장면은 이날 경기의 백미 중 하나였다.팀 바르샤의 전략과 탄탄함이 메시보다 돋보였던 장면은 아이러니 하게도 메시의 첫 득점 장면이었다. 전반 18분 메시의 첫 골이 터질 때의 과정은 하나의 작품과도 같았다.바르셀로나 진영 우측 측면에 있던 미드필더 이반 라키티치의 패스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는 단 한 차례의 패스미스 없이 27차례의 패스를 주고받으며 메시의 골을 만들었다. 메시는 이 과정에서 6차례의 패스를 시도했고, 네이마르 역시 4회, 수아레스는 어시스트로 기록된 로빙 패스를 포함해 2차례의 패스를 기록했다.패스 게임의 마무리를 단지 메시가 매듭지었을 뿐, 사실상 팀 바르샤가 함께 만들어 낸 골이라고 평가해도 무방했다.
이날 경기 승리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그동안 오롯이 ‘에이스’의 책임감을 짊어져야 했던 메시가 수아레스를 통해 에이스의 부담감을 다소 덜어 낸 점이다.이날 경기에서 ‘멀티골’에 성공하며 최근 6경기에서 10골을 기록한 수아레스는 메시의 들러리가 아닌 바르셀로나의 진정한 ‘에이스’ 공격수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메시와 공존하지 못하고 팀을 쓸쓸히 떠나야 했던 바르셀로나 중앙 공격수들의 저주를 끊어낸 듯하다.수아레스는 실력과 화려함도 겸비해 에이스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메시가 보여주는 플레이 그 이상으로 화려한 개인기와 슈팅 능력을 과시하는 수아레스는 이날 전반 44분 화려한 발리슛으로 득점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두 차례의 로빙 패스로 메시와 피케의 득점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수아레스의 이러한 ‘미친’ 활약은 유럽 전역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경기 후 UEFA가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는 메시가 아닌 수아레스였고 축구 전문 통계 웹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메시에게 9.6점의 평점을 부여했지만 수아레스에게는 10점을 줬다.이 같은 평가들은 바르셀로나의 에이스 구도가 메시와 수아레스의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아레스 역시 메시가 그랬듯 바르셀로나의 ‘사기 유닛’으로 거듭날 준비를 마쳤다.또한 네이마르 역시, 종종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며 ‘에이스’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점 역시 바르셀로나에게는 호재다. 이날 경기에서는 수비수 피케까지 인플레이 상황에서 득점을 기록했다. 이제 바르셀로나는 상대에게 언제든지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시한폭탄들이 즐비한 팀이 됐다. 메시가 이끄는 팀이라는 오명 아닌 오명은 이제 옛 말이 됐다.축구계의 오랜 격언 가운데,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에게만 주어지는 발롱도르를 4차례나 수상했던 메시 역시 홀로 개인 드리블을 통해 11명을 제칠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이미 강력한 전력을 갖춘 팀의 도움을 받아 돋보일 수 있었다. 메시를 더하며 기반을 더욱 탄탄하게 다진 바르셀로나는 이제 팀의 위대함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챔피언스리그 2연패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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