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 '우중혈투'에서 끝내기로 환호한 두산, 83.3%의 확률 거머쥐다
스포츠한국 조형래 기자] '우중혈투'에서 웃은 팀은 두산이었다.
두산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시리즈 승리 확률 83.3%(20/24)를 가져가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이날 양 팀은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넥센의 `깜짝 선발' 양훈은 5.1이닝 동안1실점 역투를 펼쳤고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 역시 7이닝 동안 2실점의 역투를 했다.그러나 경기 중반부터 빗줄기 속에서 펼쳐진 혈투는 두산의 승리로 결판났다. 두산은 2-3으로 뒤지던 9회말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고, 10회말 최주환의 2루타로 만든 1사 2루에서 대타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로 환호했다.
▲'깜짝 선발' 양훈, 선발 투수의 가치 보여준 역투
사실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선발 투수 무게감에서는 넥센이 두산에 뒤쳐질 수 밖에 없었다. 비록 부상으로 올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더스틴 니퍼트였지만 그래도 포스트시즌에서만 8번 등판한 관록이 있었다. 반면 넥센 선발 양훈은 통산 포스트시즌 등판이 단 한차례도 없었다. 하지만 야구는 이름값과 경험치를 뛰어넘는 변수가 득실대는 스포츠다.
양훈은 1회 2사 만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후 이닝들을 침착하게 마무리 해나갔다. 팀 타선도 박동원과 박병호의 솔로포 두 방으로 리드를 안겨주며 양훈의 역투를 뒷받침했다.
두산 선발 니퍼트에 전혀 꿀리지 않았다. 비록 6회 위기를 넘기지 못하며 이닝을 끝까지 마무리하진 못했지만 5.1이닝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준플레이오프 1차전의 선발 투수로 손색이 없는 투구를 펼쳤다. 양훈의 역투에도 불구하고 넥센은 승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통해 시리즈가 장기화 됐을 경우 외국인 원투펀치 이외에 가장 믿을만한 토종 선발 카드를 획득하는 수확을 얻었다.
▲'잔루와 병살타의 향연' 두산, 천신만고 끝 연장 승부
두산 입장에선 경기 초반 넥센 선발 양훈을 무너뜨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두산은 찾아온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1회 제구가 흔들리던 양훈을 상대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얻었지만 오재원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이후 3회말 1사 1루(민병헌 병살타), 5회말 1사 1루(김재호 병살타)로 연신 헛물을 들이켰다. 0-2로 뒤진 6회에도 무사 1,3루의 기회를 얻었지만 1점 밖에 뽑지 못하며 답답함이 계속됐다. 7회에 결국 정수빈의 2루타로 2-2 동점을 만들었지만 8회 박병호에 희생플라이를 허용해 2-3 벼랑 끝까지 몰렸다.
그러나 두산은 9회말 볼넷 2개와 몸에 맞는 공 1개 등 4사구 3개로 2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결국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나오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연장 10회말 두산은 최주환의 2루타에 이은 박건우의 끝내기 적시타로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두산은 10안타와 8개의 4사구를 얻고도 단 4점 밖에 뽑지 못했다. 12개의 잔루와 2개의 병살타는 짜릿한 승리 속에서도 되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넥센, 조상우의 48구도 막지 못한 쓰라린 패배
넥센은 선발 양훈의 역투와 손승락-한현희-조상우로 이어지는 필승조로 1차전 승리에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비록 손승락(1.1이닝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한현희(0.1이닝 무실점)이 고비마다 어려움을 맞으며 엎치락뒤치락한 경기를 펼쳤지만 9회말에 앞선 팀은 넥센이었다.
8회말 1사 1,3루 위기를 틀어막은 조상우는 3-2로 앞선 9회에도 올라와 승리를 매조지하려 했다. 그러나 조상우는 1사후 김재호를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내며 흔들렸다. 다시 정수빈과 허경민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1사 만루에 몰렸다. 민병헌을 겨우 삼진으로 솎아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결국 4번 타자 김현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해 3-3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양의지를 삼진으로 처리하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그러나 넥센은 10회말 박건우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고 패했다. 현재 넥센 불펜 가운데 가장 믿을만한 조상우에게 48구를 던지게 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은 더욱 쓰라리게 다가왔다. 지난 7일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49구를 던진 조상우는 이틀 휴식 후 다시 48개의 공을 던졌다.조상우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있고 그에 따른 넥센의 부담감도 준플레이오프 후반으로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두산의 '뚝심 야구?' 결국 벤치 자원들로 해냈다
김태형 감독은 주전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정규시즌에도 그랬고 포스트시즌에서도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10회말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최주환과 박건우 등 벤치 자원들이었다.각각 3번 타자 우익수와 6번 타자 2루수로 나선 오재원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 범타로 물러났다. 두산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게 한 원인이기도 했다. 민병헌은 4타수 무안타 1타점, 오재원은 5타수 1안타에 그쳤다. 중요 길목에서 이들에 기회가 걸리자 맥이 뚝 끊겼다.하지만 이들의 대체자원들이 더욱 간절하게 타석에 임한다는 것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보여줬다. 최주환과 박건우는 각각 민병헌과 오재원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들이다.주전들에 대한 믿음과 뚝심은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자극을 통해 승리에 더 도움이 될 만한 방향을 찾는 것도 벤치가 해야 할 일이다.두산과 넥센 양 팀은 우중혈투를 뒤로 하고 11일 곧장 2차전을 치른다. 넥센은 2차전 선발 투수로 라이언 피어밴드, 두산은 장원준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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