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열아홉' 두산 남경호의 혹독했던 포스트시즌 데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아홉살 투수는 지난주 전화 한 통을 받고 눈이 휘둥그레졌다.프로야구 2015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다는 소식이었다.두산 베어스의 고졸 신인 남경호(19) 얘기다.그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투수 앤서니 스와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됐다.우완인 남경호는 2015년 신인 드래프트서 두산의 1차 지명을 받아 계약금 2억원을 받고 올해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올 정규시즌에는 1군에서 5경기에 나와 9이닝 동안 7실점(6자책)했다.지난해 서울고 마운드를 지키면서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끌어 대회 최우수선수(MVP)에도 선정되고 올해 프로 1군 무대도 밟았지만 포스트시즌 기회가 이렇게 빨리 다가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남경호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을 앞두고 "소식을 듣고 한동안 멍하게 있었다"며 "그동안 잘 던진 경기, 못 던진 경기가 순식간에 머릿속을 훑고 지나갔다"고 돌아봤다.마산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 2차전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남경호는 마산 관중의 응원 열기에 기가 죽었다고 털어놓았다."상대편을 응원하는 것인데도 그 열기에 제가 감동을 받았어요. 기가 죽었다고 해야 되나? 빨리 잠실에 가서 우리 팬들 앞에서 시합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았어요."남경호는 바람대로 이날 잠실 홈 관중 앞에 섰다. 멋진 등장은 아니었다.2-13으로 뒤져 패색이 짙은 9회초. 남경호는 유명준한테서 마운드를 넘겨받았다.출발은 좋았다. 선두타자 조평호를 헛스윙 삼진 처리.후속타자 최재원한테는 솔포로를 얻어맞았다. 김준완은 루킹 삼진. 이어 손시헌에게 우중간 안타를 허용했고, 노진혁에게 2점포를 내줬다. 용덕한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길었던 1이닝을 겨우 마쳤다.1이닝 3피안타(2피홈런) 2삼진 3실점(3자책). 남경호는 '큰 경험'을 쌓는 데 만족해야 했다.경기에 앞서 남경호는 두산이 자신에게 얼마나 특별한지를 설명하며 할머니 얘기를 꺼냈다.맞벌이였던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는 남경호가 중학교 3학년일 때 돌아가셨다. 두산의 신인 1차 지명 발표가 있던 지난해 6월 23일은 할머니의 기일.남경호는 "할머니가 나를 두산에 소개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며 "할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두산에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김태형 감독이 이날 남경호를 내보낸 것은 활약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두산 마운드의 미래'인 그에게 큰 무대를 경험하게 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남경호의 야구 인생에서 2015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이 어떤 기억으로 남을지 궁금해진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