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4차전]정수빈-허경민-박건우, 90년생 트리오의 가을야구 이야기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쑥쑥 커서 어느새 두산 화수분 야구의 절정을 이루었다. 테이블세터 정수빈과 허경민, 그리고 박건우까지 90년생 트리오의 비중이 두산의 가을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다.두산은 29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장원준의 호투와 팀 타선의 적재적소 활약에 힘입어 5-1로 승리를 챙겼다.한국시리즈 첫 승리를 따낸 '84억 좌완' 장원준을 비롯해 타선에서 보여준 집중력 있는 모습에 잠실을 찾은 두산 팬들은 하얀 깃발과 스마트폰 램프를 힘차게 흔들며 승리를 자축했다.무엇보다 상대 삼성 마운드를 계속 두들기고 끈질기게 괴롭힌 정-허-박 3인방의 활약은 단연 눈에 띄었다.이미 가을야구 내내 두산 팬들의 중심에 있던 선수는 바로 허경민이다. 현재 두산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를 꼽으라고 한다면 허경민이라고 봐도 무방하다.특히 전날 허경민은 선발 2번 겸 3루수로 출전, 0-1로 뒤지고 있던 1회말 1사에서 상대 클로이드에게 좌전 안타를 쳐내며 포스트시즌 21번째 안타를 쳐냈다.단순한 안타가 아니었다.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와 타이 기록이었다. 이전까지 포스트시즌에서 21개의 안타를 쳐낸 선수는 2001년 두산 안경현, 2009년 SK 와이번스 박정권, 2011년 SK 정근우가 있다.두산에게 아직 남은 경기가 있기에 허경민은 역대 KBO리그 한 시즌 가을야구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쳐낸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그만큼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플레이오프까지 꾸준히 활약한 선수가 바로 허경민이다. 승부처에서 나오는 허경민의 활약이 없었다면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은 결코 쉽지 않았다.
꾸준함의 대명사는 또 있다. 바로 1번 정수빈이다. 수비와 타격에 있어서 이미 수준급 이상의 선수로 정평이 나있는 정수빈이다. 본인 스스로도 수비가 가장 자신 있다고 말할만큼 발이 빠른 선수.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번트를 시도하다 손가락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수비는 커녕 타격마저 어려울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많았다.그러나 정수빈은 2차전을 건너뛰고 전날 3차전에서 지명타자 겸 1번으로 나왔다. 그리고 2타수 1안타 3출루에 성공하며 단연 톱타자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팀의 5득점 가운데 1점 역시 그의 발에서 나왔다.김태형 감독이 수비를 하지 않더라도 타격과 출루를 믿고 지명타자로 정수빈을 내보낸 이유를 누가 봐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승리 후, 정수빈 역시 "뼈가 부러진 것이 아니고 손이 찢어진 것이라 타격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타격감이 좋다보니 감독님께 나가고 싶다는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라고 말했다.이어 "아무래도 제가 가장 열심히 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수비다. 경기 후반, 중요한 순간에는 수비로 꼭 나서서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잠실구장의 드넓은 외야를 가운데서 책임지는 정수빈의 활약은 두산의 가을야구에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정수빈이 회복이 빨라지고 수비까지 겸하게 되다면 두산 입장에서는 더욱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그리고 또 한 명의 화수분 야구의 결정체가 있다. 바로 정수빈의 부상 공백을 제대로 채워준 박건우가 그 주인공이다. 올 시즌, 김태형 감독의 승부수 카드로 수차례 기용되며 팀을 승리로 이끈 박건우다.한 방을 쳐낼 수 있는 화력을 갖추었고, 특히 득점권 같은 집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박건우의 타격은 더욱 날카로워진다. 중요한 순간에서 박건우의 능력은 팀에서 매우 필요한 요소다.전날 두산은 선발 장원준이 1회, 1사 2루에서 상대 나바로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0-1로 뒤지고 있었다. 만회하려 했지만 두산 타선은 3회까지 두 번의 병살타와 3회 1사 만루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꽉 막힌 타선을 시원하게 뻥 뚫어준 선수가 바로 박건우였다. 그는 4회 1사 2, 3루에서 상대 수비의 전진 시프트를 제대로 공략, 큼지막한 2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쳐내며 역전에 성공했다.상대의 노림수를 제대로 역이용한 셈. 그리고 박건우의 역전 적시타는 전날 3차전 두산의 승리를 이끄는 결승타로 기록되기도 했다. 박건우의 적시타가 효시가 됐고, 두산은 모두 5점으로 승리를 완성했다.정수빈이 돌아왔음에도 그를 7번 자리에 전격 투입한 것도 결국 그의 타격감을 믿고 있었다는 반증이기되 하다. 그만큼 박건우를 향한 김태형 감독의 뚝심은 성공적이었다.정수빈과 허경민, 그리고 박건우까지 90년생 두산 야수 트리오는 전날 팀의 승리를 이끈 최고의 팀웍을 보여주었다. 나이도 똑같고 두산 입단도 2009년으로 모두 동기다.끊임없이 좋은 유망주를 발굴하면서 '화수분 야구'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두산이다.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도 좋지만 가을야구를 오래하는 팀도 팬들의 사랑을 받기에 딱 좋다.그리고 세 명의 90년생 트리오는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시리즈 전적 2승 1패. 이제 두산에게 남은 승리는 단 2경기. 두산의 가을야구, 그 중심에는 정수빈-허경민-박건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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