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평균자책점 1위' NC 김태군의 책임감과 자부심
NC 다이노스는 포스트시즌에서 딱 한 번 승리를 맛봤다. 포스트시즌에 처음 출전한 지난해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한 것이 유일한 포스트시즌 승리 경험이다.불펜투수 원종현의 역투가 빛난 경기였다. 원종현은 지난해 10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3-2로 앞선 7회말 등판, 시속 155㎞ 강속구로 1이닝을 지켜 2연패에 빠졌던 팀에 귀중한 1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내 정면만 보고 '쌔리 꽂으면' 내가 알아서 할게." 당시 원종현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포수 김태군이 던진 이 한 마디에 힘을 얻었다. NC의 안방마님 김태군은 시즌 중에 공격보다 수비에 더 마음을 쏟는다. 인터뷰 중에 '타자 김태군'보다는 '포수 김태군' 역할을 더 잘하고 싶다는 다짐이 묻어 나오곤 했다.NC의 1군 진입 후 3년간 김태군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 첫해인 2013년 팀 순위는 7위였지만, 평균자책점은 3.96으로 3위에 올랐다. 2014년과 2015년에는 팀 평균자책점 4.29, 4.26을 각각 기록, 리그 1위를 차지했다. NC는 투수력이 강한 팀으로 성장했다. 김태군은 "평균자책점 1위를 유지한 것에 포수로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투수가 잘하는 것 못지않게 포수의 기여도도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한다"고 자랑스러워했다.강하게 다져진 마운드의 공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성과를 내고자 많이 노력하고 신경을 썼다는 점에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올해 NC는 투수력에 큰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신생팀 보호막에서 벗어나면서 외국인 투수가 3명에서 2명으로 줄었고, 핵심 불펜 원종현이 스프링캠프 중 대장암 진단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해야 했다. 에이스였던 찰리 쉬렉은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방출되기에 이르렀다.
김태군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한 시즌이었다. 이름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유망주 친구들이 잘해준 것이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원종현을 대신해 '마당쇠' 역할을 한 최금강과 좌완 원포인트로 맹활약한 1군 1년차 임정호 등 젊은 투수들이 리그 정상급 불펜을 구축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토종 10승 트리오' 손민한(11승), 이재학(10승), 이태양(10승)은 외국인 투수 감소로 인한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김태군은 이 가운데 올 시즌 성공적으로 선발투수로 자리 잡은 이태양의 성장이 가장 기쁘다고 말한다. 그는 "용병 한 명이 빠졌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처음부터 이태양에게 많은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이어 "이태양이 초반에 반짝 4승을 따고 스스로 만족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줬었는데, 2군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잘 버티고 노력도 많이 하더라"라며 칭찬했다.이태양은 2013년 4승 8패를 거두며 이름을 알렸지만, 2014년에는 1군에서 9경기만 나오면서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선발투수와 롱릴리프를 겸하며 10승 5패를 달성, NC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김태군은 흔들렸던 전반기를 털어내고 후반기에 반등에 성공한 이재학에게 "남들 하는 이야기는 듣지 말고 아무 생각 하지 말아라"라는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다승왕(19승)에 오른 에이스 에릭 해커, 찰리를 대신해 시즌 중에 투입되고도 빠른 적응력으로 8승을 챙긴 재크 스튜어트 등 외국인 투수도 NC 마운드의 보배다.김태군은 "외국인은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자기 영역이 있기 때문에 3∼5경기를 지켜보고 스타일을 맞춰 준다. 예를 들어 스튜어트는 템포가 빠른 투구 스타일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자신의 성격에 대해 "친한 사람이 아니면 말을 안 거는 성격이다. 처음엔 벽을 둔다. 억지로 친한 척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수들에게는 벽 없이 밀착한다. 그는 "투수들의 사생활까지 잘 알아야 한다. 식사 습관, 샤워 습관까지 알고 대화도 많이 한다"며 "그날의 투수 컨디션을 보고 투수 위주로 공을 배합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물론 타자로서도 최대의 노력을 했다. 그는 포수로서 144경기 전 경기에 출전하는 투지를 보였다. 또 474타석에서 107안타를 때려 NC가 주전 타자 9명 전원 규정타석·100안타를 기록하는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낸 김태군은 이제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평균자책점 1위의 자존심을 포스트시즌에서도 지켜야 한다. 타자 나성범까지 투수 등판을 대비하고 있다. '작년 원종현의 155㎞'를 기억하는 김태군의 책임감이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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