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3차전]정수빈-허경민 세터진, '기본밥상'만 차려도 된다
두산이 다른 팀에 비해 전력이 좋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테이블세터진의 활약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날 1번과 2번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2차전에서 졌다. 그것도 1-2, 종이 한 장 차이로 졌다.두산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선발 장원준이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활약했다. 팀 타선이 조금만 힘을 냈다면 승리를 챙길 수 있던 경기였다. 중간투수 함덕주가 패배의 결정적 요인이었다면 잠재적 요인 중 하나는 단연 1번 정수빈과 2번 허경민의 침묵이었다.
두산은 1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1-2로 패했다. 시리즈 전적 1승 1패가 됐다. 전날 두산 타선은 단 3안타에 그쳤다. 물론 상대 선발 스튜어트가 굉장히 잘 던졌다. 1차전처럼 10안타를 쳐내기엔 두산 타선의 전반적인 타격감은 좋지 못했다.그렇기에 1번 정수빈과 2번 허경민이 두산 타선의 막힌 혈을 뚫어야 했다. 1차전에서 두 선수의 활약은 상당히 좋았다. 선발 1번 겸 중견수, 2번 겸 3루수로 나온 정수빈과 허경민은 나란히 4타수 2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두산은 초반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1차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2차전에서 두 선수는 스튜어트에게 제대로 당하며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차전처럼 사이는 좋았다. 대신 결과는 달랐다. 나란히 4타수 무안타.
1회, 선두타자 정수빈은 외야 플라이, 2번 허경민은 삼진을 당하며 침묵을 지켰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두 선수는 나란히 고개를 숙였다. 정수빈은 삼진, 허경민은 내야땅볼을 기록했다. 두 선수의 세 번째 타석 역시 나란히 무기력했다. 5회말, 2사 후에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6회초, 첫 타석에 들어선 허경민 역시 투수 앞 땅볼이었다. 출루 자체가 되지 않으니 두산 공격이 '탁' 막히는 모습이었다. 8회초, 주장 오재원이 솔로포를 쳐내며 선취점을 뽑아냈다. 하지만 8회말에 2점을 헌납하며 1-2가 됐다.9회초가 남았기에 포기하기엔 이른 상황. 선두타자가 출루하면 충분히 흐름을 뒤집을 수 있었다. 타석에 1번 정수빈이 들어섰다. 1루수 앞 땅볼. 테임즈의 호수비가 좋았다. 2번 허경민이 나왔다. 110개를 훌쩍 넘긴 스튜어트에게 삼진.
그렇게 2사까지 몰렸고 두산은 점수를 내지 못한 채, 패했다. 말 그대로 두 선수가 꽁꽁 묶이니 시작부터 틀어졌고 두산 타선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두산에서 두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수비범위가 넓고 꾸준함을 보여주는 정수빈은 명실상부 두산 누나팬들의 로망이자 '잠실 아이돌'이라 불릴만큼 두산의 핵심선수다. 올 시즌, 491타수 145안타 타율 2할9푼5리 59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오재원과 함께 두산의 발야구를 확실하게 이끌었다. 허경민 역시 117경기에 출전해 404타수 128안타 타율3할1푼7리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가을야구에 들어서자 허경민은 말 그대로 '크레이지 모드'였다. 지난 10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19일 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모두 5경기에서 15타수 8안타 타율5할3푼3리 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의 가을야구에 허경민의 활약은 마치 비타민 같은 느낌이었다. 두산이 3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단연 정수빈과 허경민으로 구성된 테이블세터전의 활약이 필수다. 게다가 3차전 상대 선발은 손민한이다. 두산은 유희관이 나선다. 두 선수 모두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과 완급조절. 날카로운 제구력 바탕으로 승부를 거는 스타일이다. 단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도 드물다. 그렇기에 3차전 두산의 첫 미션은 손민한을 최대한 빨리 덕아웃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제구력 투수를 공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단연 투구수를 늘리는 것이다. 초반부터 상대 투수의 공을 많이 던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출루를 통해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흔들고 제구력을 최대한 무너뜨려야 한다. 두 가지 모두 테이블세터진이 해야할 몫이다. 정수빈과 허경민이 '기본적인 밥상 차리기'만 확실히 해줘도 충분히 NC를 흔들 수 있다. 그만큼 두 선수의 발과 방망이에 3차전 결과가 달려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과연 두 선수가 테이블 '세터'로 활약할 수 있을지, 아니면 테이블 '브레이커'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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