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과거를 외면한 구단에 미래는 있는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렇다면 과거를 외면하는 이에게 과연 미래는 있을까.
히어로즈 관계자는 23일 스포츠한국과의 통화에서 넥센타이어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J트러스트와 네이밍 스폰서 문제를 협의 중임을 밝혔다.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놓인 가운데 사실상 계약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져 거센 논란을 낳고 있다. 넥센 측은 J트러스트에 대해 대부업체가 아닌 제2금융권 업체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벌써부터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일본계 금융회사로서 2011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J트러스트는 지난 15일 한국내 계열사인 ‘하이캐피탈 대부’, ‘네오라인크레디트 대부’의 주식 100%를 매각했다. JT캐피탈, JT친애저축은행, JT저축은행, TA에셋자산관리의 4개사를 남긴 가운데 캐피탈 및 저축은행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 상황.그러나 J트러스트가 대부업을 통해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것은 부정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난 9월 배우 고소영이 J트러스트 그룹과 광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문을 발표한 점 역시 이러한 이유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현 시점에서 대부업 관련 업무를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뿌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를 떠올린다면 야구 팬들의 거센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십만으로 구단을 운영해야 하는 히어로즈 측의 어려움도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히어로즈는 넥센과의 네이밍스폰서 계약을 통해서 1년에 약 40억원의 후원금을 받아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구단의 규모가 성장하고 팀 성적이 향상되면서 지출해야 하는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고, 홈구장을 고척스카이돔으로 이전하게 될 차기시즌부터는 1년 사용료가 약 2배 많은 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여 부담감도 훨씬 커질 전망.J트러스트가 내건 조건에 대해 뚜렷하게 공개된 부분은 없지만 결국 압도적인 투자와 지원이 히어로즈와의 협상 막바지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구단의 운영 자금 마련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팬심을 사로잡는 일이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아무런 존재의 가치가 없다. 수많은 팬들은 대부업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일본기업의 이름을 차기시즌부터 연호해야 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위화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어린이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극단적인 비유일 수는 있지만 일제 치하에서 친일 행각을 벌였던 자들이 흔히 꺼내는 합리화 중 하나가 “당장은 먹고 사는 것이 중요했다”는 말이다. 이해받을 수 있는 발언일까.넥센은 “J트러스트에게 대부업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으로 알아주기를 바란다”며 기업의 ‘현재’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J트러스트가 성장해온 과정, 즉 ‘과거’에 대한 인지와 함께 ‘미래’의 팬심에 대해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은 모습이다. 아니, 이 모든 것을 알고도 합리화를 통해 애써 상황을 외면하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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