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1차전] 양훈, 가을 무대에서 빛난 '기다림의 미학'
스포츠한국 잠실=박대웅 기자] 넥센 양훈(29)이 생애 첫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완벽에 가까운 호투를 선보였다. 비록 개인 첫 승의 기쁨까지 누리지는 못했지만 선발 합격판정을 받아내기에 충분했다. 넥센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초반 기세를 잇지 못한 채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3-4로 아쉽게 승리를 놓쳤다. 그러나 양훈의 재발견은 큰 수확이었다.양훈은 5.1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1실점을 기록, 두산 타선을 침묵에 빠뜨렸다. 직구(42구)를 중심으로 슬라이더(23구), 포크볼(18구), 커브(7구)를 적절히 배합했으며, 2회 이후에는 변화구의 비중을 높이면서 두산 타자들을 현혹했다. 특히 양훈은 1회말 제구 난조 속에 2사 만루의 최대 고비에 몰렸지만 오재원을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매듭지었고, 3회와 5회에는 민병헌과 김재호를 상대로 병살타를 이끌어내는 등 주자가 있을 때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면모를 뽐냈다.양훈은 7회말 손승락이 2-2 동점을 허용하면서 승리투수와 끝내 인연을 맺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양훈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단 1실점 밖에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에 넥센도 결국에는 재차 리드를 잡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호투였다.
양훈은 프로 11년 만에 생애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시작부터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짊어졌고, 풍부한 큰 무대 경험을 갖고 있는 니퍼트와의 맞대결 역시 부담스러운 요소였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이 13승 투수 피어밴드가 아닌 양훈에게 이같은 기회를 부여한 것은 그가 후반기에 선보인 맹활약 때문이었다. 올시즌 16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1.41(38.1이닝 6자책점)의 성적을 남긴 양훈은 특히 9월 이후에만 9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86(29이닝 6자책점)을 기록했으며, 시즌 막판 선발로 보직을 옮긴 이후 3경기에서도 1승1패 평균자책점 1.04(17.1이닝 2자책점)로 완벽에 가까운 활약을 이어왔다. 시즌 초반 한화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공을 던질 몸상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양훈이지만 염경엽 감독은 빠르면 시즌 막판, 최대 내년 시즌에 초점을 맞추고서 양훈에게 충분한 시간을 부여했다. 염 감독의 배려 속에 체중을 약 10kg 가까이 늘이면서 힘을 붙인 양훈은 시속 120km대에 머물던 직구를 140km대까지 끌어올렸고, 이날은 최고 시속 144km가 전광판에 찍히기도 했다. 변화구의 위력도 자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양훈은 그동안 본인을 기다려준 코칭스태프의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는 각오를 수차례 밝혀왔다. 그가 정규시즌 막판 맹활약에 이어 이날 경기까지 호투를 뽐내면서 넥센의 투수운용도 숨통이 트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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