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벼랑 끝' 한화, 안영명이 짊어진 최후의 희망
'벼랑 끝에 몰렸다'는 표현만 벌써 몇 번째 반복 중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엔 그 이상의 위기다. 한화 선수단은 이미 발을 헛디뎠다. 한 손으로 간신히 벼랑 모서리를 붙잡고 있는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한화는 지난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3-4로 패했다. 3연승 도전에 실패한 한화는 67승75패를 기록, 5위 가능성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천만다행으로 최악의 상황만은 면했다. 5위 SK 역시 두산에게 1-2로 발목을 잡히면서 2경기 차가 유지된 것.하지만 한화와 SK 모두 잔여 일정은 단 2경기뿐이다. 한화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해도 SK가 최소 1무만 추가하면 양 팀의 순위는 뒤바뀌지 않는다. SK가 2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더라도 6위 KIA가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보태면 마찬가지로 한화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전날 패배가 너무나도 뼈아픈 한화지만 남은 일정을 감안할 때 실낱같은 희망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화가 9위와 10위 LG, kt와 차례로 만나는 반면 SK는 1위 탈환의 가능성이 생긴 4연승의 NC를 상대해야 한다. KIA 역시 3위를 노리는 두산과의 3연전을 비롯해 선두 수성에 비상이 걸린 삼성을 만나며, 상대전적에서 7승8패로 뒤지고 있는 LG와의 최종전을 남겨놓고 있다. 한화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다만 한화도 LG와 kt를 절대 얕잡아볼 수가 없다. 가장 믿을만한 선발 카드인 로저스와 탈보트가 마지막 선발 등판을 마친 가운데 오직 토종 투수들로 남은 2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입장이다.이미 어깨 통증에 시달리면서 지난달 16일 KIA전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안영명 앞에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 던져졌다.
고심 끝에 김성근 감독이 2일 선발로 꺼낸 카드는 안영명이었다.김 감독은 최근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묘한 언급을 취재진에게 남긴 적이 있다. 이는 안영명이 시즌 막판 선발로 나설 몸상태가 갖춰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다.하지만 현재 등판 가능한 선발 중에 안영명보다 믿음을 줄 수 있는 투수는 한화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먼저 배영수는 LG전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했지만 5.1이닝 동안 자책점만 2점일 뿐 11피안타 8실점으로 경기 내용은 상당히 불안했고, 박성호(4.2이닝 2자책점)와 송창식(12.2이닝 7자책점)도 짧은 이닝 동안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남겼으나 9월28일과 29일 이틀 연속 불펜으로 투입돼 2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은 무리가 따른다.29일 삼성전 선발로 나서 깜짝 호투를 펼친 김용주 역시 김 감독이 "우리 팀의 외국인투수"라는 농담을 던질 만큼 높은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3일 kt와의 최종전에 포커스를 맞출 수밖에 없다. 김민우의 경우 "남은 경기에서 등판할 수 있을지는 나 역시 잘 모르겠다"고 스스로 밝혔지만 표정은 몹시 어두워보였다. 안영명보다 몸상태가 더 좋지 않은 상황인 듯 했다.약 보름간의 휴식을 취한 안영명의 어깨 상태가 얼마나 호전됐는지, 한화에게 귀중한 승리를 배달해줄 수 있을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9승6패 1홀드 평균자책점 5.18을 기록, 한화 토종 선발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모습을 보였고, LG전 역시 불펜으로 3경기 총 3이닝 밖에 소화하지 않았지만 피안타 없이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를 걸어볼만한 성적을 남겼다.안영명에게 LG전 등판은 2009년(11승8패) 이후 6년 만의 두 자릿수 승리에 도전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팀과 개인 모두를 위해 마지막 경기만큼은 반드시 승리투수에 본인의 이름을 새겨야만 하는 상황. 그가 어깨 통증을 딛고 마지막 불꽃 투혼을 불사를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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