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우, 방망이 폭발했지만 수비·주루에 고개 숙이다
박대웅 기자] 정근우가 초반 수비 실책을 타격에서 완벽히 만회했다. 그러나 마지막 아쉬운 주루 플레이와 함께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화 역시 와일드카드 획득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한화는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전에서 3-4로 패했다. 이로써 3연승 도전에 실패한 한화는 67승75패를 기록, 같은날 경기가 우천 취소된 KIA에 6위 자리를 넘겨줬다.5위 SK가 두산에 1-2로 패하면서 5강 무산이라는 최악의 결과만큼은 간신히 모면했지만 한화로서는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해도 SK가 1승만 챙기면 가을 야구의 꿈을 접어야 한다. SK와의 순위를 뒤집는 기적이 일어나더라도 6위 KIA가 3승(2패)을 챙기면 마찬가지로 맞대결 전적에서 뒤지는 한화가 고배를 마시는 상황이다.한화는 1회말부터 대량 실점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정근우의 실책이 뼈아팠다. 무사 1, 3루 위기에 몰린 탈보트가 이택근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낸 가운데 선취점과 아웃카운트 2개를 맞바꿀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지만 정근우가 포구에 실패하면서 실점과 더불어 무사 1, 2루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졌다.넥센전에 그동안 강력한 면모를 뽐냈던 탈보트지만 그의 최대 약점은 불안한 멘탈이기도 하다. 평소 맞춰 잡는 유형으로 수비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탈보트로서는 정근우의 실책이 머리에 맴돌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지만 유한준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던진 그는 결국 박헌도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얻어맞는 등 1회에만 4실점을 떠안고 말았다.
정근우는 뼈아픈 실책을 만회하기 위해 이후 타석에서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회초 2사 후 우익선상 2루타를 터뜨린 데 이어 5회에도 중전 안타를 기록, 일찌감치 멀티히트를 완성시켰다. 7회에는 다시 한 번 우전 안타를 쏘아 올리며 불방망이를 휘둘렀다.특히 정근우는 동료들의 후속타 불발로 좀처럼 득점을 올리지 못하자 1-4로 뒤진 마지막 9회초 1사 1, 2루 상황에서 손승락을 상대로 직접 좌익수 방면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어느덧 점수 차는 2점으로 좁혀졌고, 동점 주자까지 나가면서 극적인 뒤집기에 대한 희망을 연결시켰다.그러나 정근우는 이날의 영웅이 되지 못했다. 한화가 이용규의 1루수 땅볼로 2사 2, 3루를 만든 가운데 2루에 있던 정근우는 최진행의 유격수 방면 내야땅볼 때 침착하지 못한 베이스 러닝을 했다. 3루에서 오버런을 하다가 유격수 김하성에게 발견돼 그대로 런다운에 걸렸고, 한화는 가장 허무한 시나리오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정근우는 최근 3경기에서 16타수 10안타를 폭발시켰을 뿐 아니라 후반기에만 3할5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며 김태균과 김경언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 한화 타선의 실질적인 해결사 역할을 다해냈다. 그 누구보다 확실한 믿음을 안겼던 정근우였기 때문에 그의 마지막 주루 플레이 역시 더욱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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