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보직 재편성' 넥센, '팀 퍼스트'의 첫 단추
넥센 염경엽 감독은 선수 개개인의 성적을 챙겨주고 개인상 수상에 전폭적인 지지를 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손승락이 세이브왕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줬고 한현희 역시 2년 연속 홀드왕의 자리에 오르게 했다. 올해 역시 김하성의 신인왕 그리고 골든글러브를 지지하며 박병호의 MVP를 바라고 있다.하지만 포스트시즌만큼은 다르다. 염경엽 감독은 포스트시즌만큼은 '팀을 위한 야구'를 지향한다.정규시즌이 팀보다 개인의 가치를 앞세운 것이라면 가을야구는 팀의 가치가 먼저라는 것이다. 가을야구에서는 선수들의 희생이 필요하고 꼭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통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서는 염경엽 감독은 올해 역시 선수들에 보다 절실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더 높은 목표를 향한 채찍질을 시작했다. 정규시즌 동안 잘 짜여져 있던 조상우-한현희-손승락의 필승조 보직 파괴가 그 시작이다.
필승조들의 보직 파괴는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역시 활용했던 방법이다. 그때그때 상황과 타자의 성향을 보고 투입했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6일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에서 염경엽 감독은 "손승락, 조상우, 한현희는 보직보다는 상황에 맞춰서 사용을 할 예정이고 마무리, 셋업맨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며 포스트시즌 불펜 운영 방법을 재확인시켰다.넥센 투수진에서 이들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다. 이들은 지난해 넥센 돌풍의 주역이었다. 올해는 선발로 전환했던 한현희가 후반기에 다시 불펜으로 돌아오면서 재결합했다. 넥센이 빈약한 선발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분명 필승조 3인방의 역할이 있었다.하지만 포스트시즌만큼은 셋업맨 한현희-조상우, 마무리 손승락의 고정된 시스템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염경엽 감독의 구상이다.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는 그 상황에서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위기를 타파한 뒤 경기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다.
이미 정규시즌 막판 넥센은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순위싸움을 펼쳤다. 비록 4위로 내려앉았지만 염경엽 감독 입장에서는 포스트시즌 예행 연습을 실시했다. 손승락은 시즌 막판 조정기간을 거치면서 마무리 보다는 7회 혹은 8회 등판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조상우가 마무리를 지었다. 한현희는 앞선 두명 보다는 조금 더 편한 상황에서 올라와 선발 경험을 살려 2이닝 정도의 긴 이닝을 소화했다. 불펜진의 시의적절한 유동성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불안요소도 존재한다. 한현희는 좌타자 상대로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한현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도 좌타 상대 승부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조상우는 올해 2년차 징크스 없이 성숙한 기량을 마운드 위에서 펼쳤다. 하지만 관리를 받긴 했지만 등판 빈도가 높았다(70경기 등판 93.1이닝 소화). 가장 경험이 풍부한 손승락은 속구-커터 조합을 탈피해 포크볼과 슬라이더를 가미한 다양한 레퍼토리를 구축해야 하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맞는 조합을 통해 넥센이라는 팀이 보다 더욱 강력한 뒷문을 구축할 것이라는 믿음이 염경엽 감독에겐 깔려 있다. 그리고 충분히 준비해 왔다.단기전은 분명 지키는 야구가 주를 이뤄야 한다. '홈런의 팀' 넥센도 다르지 않다. 지난 2년간 지키는 야구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이제 그 절실함을 3년째 맞이하는 포스트시즌을 맞이해 만반의 준비를 한 필승조의 재편성을 통해 보여주는 일이 남았다."지난 2년간 가을야구를 즐겼다면 올해는 절실하게 임해야 한다"고 강한 의지를 천명한 염경엽 감독. 넥센의 가을을 위한 '팀 퍼스트' 야구, 그 첫 단추는 필승조들의 보직 파괴에 따른 지키는 야구가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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