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욱-정인욱 삼성 주전 부상의 전화위복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는 올시즌 주전들의 부상이 많았다. '꾸준함의 대명사'였던 박한이가 두차례 갈비뼈 부상으로 50경기나 빠졌고, 이승엽 박석민 채태인 등이 부상으로 1군엔트리에 빠지기도 했다. 1선발로 나섰던 피가로는 후반기에 단 6경기에만 나온 뒤 어깨 피로로 인해 재활을 하고 있다. 장원삼도 부진으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보통 이렇게 주전들이 자주 빠지게 되면 전력이 들쭉날쭉하면서 팀이 휘청이게 마련이지만 삼성은 그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들어온 선수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인 것.
구자욱이 대표적이다. 구자욱은 6월까지만해도 '땜빵' 전문이었다. 주전선수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빠질 때 대신 들어가서 뛰었다. 초반 채태인이 무릎 수술 여파로 빠졌을 때 1루수로 나갔고, 박한이가 갈비뼈 부상을 당했을 땐 우익수로 나갔다. 박석민이 빠졌을 땐 3루수까지 소화. 7월 4일 박한이가 두번째 갈비뼈 부상으로 빠졌을 때 구자욱은 1번 자리를 맡아 맹활약을 펼쳤고, 결국 주전이 됐다. 구자욱의 활약 덕에 삼성은 무려 10명의 타자가 100안타를 기록하는 사상 최초의 팀이 됐다. 구자욱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삼성으로선 라인업을 짤 때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 구자욱과 박한이 박해민 채태인 중에서 중견수, 우익수, 1루수 등 수비 3자리를 결정해야 하는 것. 1명은 자연스럽게 빠지고 경기 중반 중요한 상황에서 대타로 기용한다. 전체적인 전력이 강해지게 됐다. 여기에 경찰 야구단에서 제대한 배영섭이 1군에 등록돼 뛰게된다면 더욱 경쟁은 치열해지고 팀 타선은 강해진다.
kt와 삼성의 2015 KBO 리그 경기가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선발투수 정인욱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9.24/
투수 쪽에선 정인욱을 꼽을 수 있다. 기존 선발을 뛰어 넘을 정도는 아니지만 예전의 모습을 많이 회복하며 마운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상무에서 제대하고 돌아온 정인욱은 지난 8월 14일 광주 KIA전서 올시즌 첫 등판을 했다. 월요일 경기로 인해 8연전이 이어지자 5명의 선발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기 위해 정인욱을 임시 6선발로 등판시킨 것. 당시 선발로 나온 정인욱은 3이닝 동안 6안타 9실점의 최악 피칭으로 쓴맛을 봤다. 이후 중간계투로 나선 정인욱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차츰 예전의 피칭으로 돌아왔고, 피가로가 어깨 피로 누적으로 빠지면서 선발 자리를 맡았다. 류중일 감독의 바람처럼 6이닝 이상 던지지는 않지만 5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아주고 있다. 지난 11일 부산 롯데전서 다시 선발로 나온 정인욱은 5이닝 5실점했으나 타선의 지원 덕에 올시즌 첫 승리투수가 됐고, 17일 대구 SK전서는 5이닝 2실점으로 2승째를 챙겼다. 24일 수원 kt전서도 5이닝 2실점으로 준수한 피칭을 했다.
정인욱의 활약은 한국시리즈에서 더욱 필요하다. 한국시리즈에서 정인욱이 선발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삼성의 고민인 중간계투진에서 롱릴리프로 좋은 활약을 기대할 수 있다. 류 감독이 선호하는 선발 2명을 연달아 기용하는 '1+1'에 정인욱이 들어갈 수 있는 것. 한국시리즈에서는 4명의 선발을 기용하기 때문에 1명이 빠지게 되고 여기에 정인욱까지 2명의 선발을 중간으로 낼 수 있는 것은 선발과 안지만-임창용 사이를 이어줄 확실한 불펜이 없는 삼성으로선 큰 힘이 될 수 있다.웬만한 팀은 주전의 부상이 곧 팀 전력의 하락을 초래하지만 삼성은 부상이 오히려 다른 선수가 성장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뭘 해도 되는 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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