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베이스볼]류현진·강정호의 '헐값', 박병호는 '제값'받을까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숨길 것도 없다. '국민 거포' 박병호(29·넥센)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기정사실화됐다. 이제 초점은 '박병호가 메이저리그를 가느냐' 혹은 '갈 수 있느냐'가 아닌 '어떤 팀이 박병호를 데려갈 것이냐'에 맞춰질 정도다.
박병호 본인도 시즌 시작 전에는 빅리그 진출 욕심을 숨기지 않다가 현재는 치열한 순위싸움으로 인해 입을 굳게 닫았다. 하지만 박병호가 경기를 하는 날이면 수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그를 지켜보기 위해 몰려드는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며 국내 언론도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절반가량이 박병호를 유심히 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아직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갖추지 못한 박병호의 신분을 생각하면 류현진, 강정호의 사례같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진출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연스레 포스팅 비용과 계약금에 관심이 모아진다.
▶류현진의 총액 836억원, 결코 많지 않았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은 사례는 많았다. 1998년 이상훈(60만달러) 2002년 임창용(65만달러) 2002년 진필중(2만5,000달러) 2009년 최향남(101달러) 등은 워낙 금액이 적어 제대로 된 첫 포스팅 진출 사례였던 류현진을 근거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류현진은 2013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비용 약 2,573만7,737달러33센트에 계약기간 6년 3,600만달러로 LA다저스를 향했다. 총액 7,100만달러(약 836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계약에 미국도 놀라고 한국도 놀랐다.
그리고 류현진은 데뷔 첫해 신인왕 3위, 두번째 시즌에는 2년 연속 14승을 해내며 맹활약했다. 올해는 계약의 반인 3년차였지만 부상으로 단 한경기도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벌써 자신에게 들어간 투자금 대부분을 LA다저스에게 보상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 최고의 야구통계사이트인 팬그래프닷컴은 활약도에 따라 이 선수가 얼마큼 '돈값'을 했는지 보여준다. 류현진은 첫해 WAR(대체선수대비이상의 승수) 3.7을 기록했고 이는 팬그래프에 따르면 약 2,720만달러에 해당하는 활약이다.
2014년에는 WAR 3.8을 기록, 2,920만달러의 활약을 했다. 올해는 출전 기록이 없으니 당연히 0원. 즉 3년 동안 류현진은 5,640만달러의 활약을 한 셈이다. 이미 자신의 계약 금 3,600만달러를 넘어 포스팅비용까지 합한 총액 7,100만달러에 79%에 달하는 '돈값'을 한 것.
이미 계약 반만에 투자금의 79%를 뽑아냈다. 남은 3년 동안 21%만 해줘도 류현진은 성공적인 계약 사례가 될 것이다. 물론 이는 순수하게 활약도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류현진으로 인한 다저스타디움 입장료 증가, 한국에서의 LA다저스 이미지 제고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다저스는 3년 만에 류현진의 투자금 모두를 회수하고도 남는다.
▶강정호의 188억원, 안타까운 헐값
류현진 이후 이번에는 강정호였다. 강정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리츠로부터 500만 2,015달러의 포스팅 금액에 4년 1,100만달러+1년 옵션 2019년 550만달러에 계약했다. 보장금액만 놓고 얘기하면 약 1,6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88억원에 이른다.
강정호는 아직 1년도 뛰지 않았다. 그래도 딱 4월 개막부터 8월까지의 성적만 보자. 과연 그동안 강정호는 얼마큼의 돈값을 했을까. 강정호는 WAR 3.7을 기록, 2,950만달러만큼의 활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강정호는 9월 성적을 빼더라도 이미 빅리그 데뷔 5개월 만에 자신의 포스팅+계약금의 180%에 달하는 돈값을 해준 것이다.
결국 강정호는 경제논리로만 따져도 남은 9월과 가을 야구, 나머지 3년 계약 동안 경기를 나오지 못하더라도 피츠버그에게는 '남는 장사'였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신의 한수'인 계약이고 강정호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헐값' 계약이었던 셈이다.
▶류현진·강정호의 헐값, 박병호는 그런 일 없어야
류현진은 계약 반년 만에 투자금의 80%회수, 강정호는 계약 1년도 되기 전에 이미 투자금액의 180%에 달하는 이득을 냈다.
이들 사례는 똑같은 포스팅 시스템을 앞두고 있는 박병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박병호의 포스팅 시점이 류현진보다 거의 네 살이 많고 강정호보다도 두 살이 많은데다 1루수라는 포지션의 한계가 있다는 약점은 존재한다. 그럼에도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 사상 최고 거포 반열에 오른 선수이며 뛰어난 1루 수비와 3루 포지션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피츠버그 지역지인 피츠버그 타임스 온라인은 박병호의 몸값을 최대 2,000만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폭스 스포츠는 강정호보다 더 비쌀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은 결코 무리한 몸값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이미 한국에서 정점을 찍은 류현진과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통한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타격만큼은 강정호보다 박병호가 낫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첫 시즌 만에 3할에 가까운 타율에 20홈런을 내다보고 있는 강정호의 타격도 박병호의 성적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본보기다.
우리가 먼저 '너무 비싼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류현진과 강정호는 많은 금액을 받고 빅리그를 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빅리그 내에서도 천문학적인 수준의 금액은 아니다. 그야말로 '돈잔치'인 메이저리그에서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오는 한국 선수들은 합리적인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류현진, 강정호를 통해 드러났다.
박병호부터는 달라져야한다. 수준차이는 있지만 KBO 최상위 레벨의 선수라면 메이저리그에서도 괜찮은 대우를 받는 커트라인이 박병호부터 생겨나야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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