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September 12,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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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스포츠] 날개 잃은 KBL, 돌아선 팬심 잡을 수 있을까
[스포츠한국 박대웅 기자] 사상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 그대로 닻을 올렸다. 과연 ‘KBL호’가 올시즌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을까.2015~16 KCC 프로농구가 12일 전국 5개 구장에서 일제히 시즌 개막을 알린다. 예년과 달리 리그가 약 한 달 일찍 기지개를 켜며 야심찬 출발을 도모했지만 비시즌 동안 감독 및 다수의 선수들이 불법 스포츠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를 받으면서 상황은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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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9년째를 맞는 프로농구 역사상 이같이 큰 위기는 지금껏 없었다. 농구계의 대표적인 명장으로 칭송받던 전창진 감독이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농구계가 이미 한바탕 홍역을 앓은 가운데 이번에는 김선형과 오세근 등 한국 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대표급 선수들을 포함, 총 11명의 선수까지 불법스포츠 도박 혐의로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았다.현재 경찰이 검찰로 사건을 송치한 시점에서 선수들의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선수는 혐의에 대해 이미 인정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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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시점과 베팅 금액, 자백 여부 등에 따라서 죄질의 경중과 처벌 수위는 가려질 수 있을지언정 농구팬들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 것만큼은 변함이 없다. 갈수록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농구인들 스스로가 모든 것을 망쳐 놨다. 너무나도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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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역시 자정 가능을 잃은 지 오래다. 약 2년6개월 전 강동희 전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됐을 때에도 KBL은 재발 방지를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머리를 숙였다. 물론 이후 승부조작 자진 신고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수단 교육 등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가져갔지만 단순히 연맹 차원에서 기울이는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뿌리 뽑을 수 없음이 최근 악재들로 인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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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KBL에 가장 실망하고 있는 점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같은 입장만을 되풀이하는 모습이 아닌 강경한 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후속 대처’에 있다. 김선형의 경우 신인드래프트 오리엔테이션 당시 대학시절 불법 도박을 한 경험이 있다고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KBL은 이를 줄곧 덮어두고 있었으며, 오히려 자진 신고를 정상참작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를 지켜본 선수들이 향후에도 경각심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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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KBL은 8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개최해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선수들의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에 대해 전하면서 동시에 지난해 6월 음주운전 사고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김민구에 대해서도 함께 심의한 바 있다.당시 KBL은 “그동안 선수 생명의 위기 속에서 재활하며 본인의 과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고, 사고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현재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조치와 함께 사회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과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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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무징계에 가까운 결정이며, 발표 시기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는 평가.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로는 프로농구의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이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KBL은 지난 10일 불법 스포츠 도박을 포함한 프로농구의 투명한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불법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에서 자정결의대회를 가졌다.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나은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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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모 구단의 한 선수는 엄숙한 자리에서 취식행위를 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모습이 더러 포착됐고, 하품을 하며 지루한 반응을 보인 일부 외국인 선수들에게 과연 통역이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전달했는지도 의문이다. 형식적인 보여주기를 위한 자정결의대회는 아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어쨌거나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애초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리그 개막부터 질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기한부 출전 보류’ 처분을 받은 선수들로 인해 각 팀의 엔트리는 더욱 얇아졌다. 미봉책으로 외국인 선수 1라운드 동시 출전안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결국 이마저도 무위로 돌아간 상황. 등 돌린 팬심을 되찾기 위해서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것이 궁극적으로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책이지만 이마저도 결코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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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야구, 배구, 축구 등 국내 프로스포츠 대부분이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 조작 사건에 휩싸여 최소 한 차례씩 홍역을 앓은 바 있으며, 황금기를 맞이했던 e스포츠계도 승부조작으로 인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던 경험이 있다. 온갖 노력 속에서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시 한 번 일어설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중요한 사실은 타 종목의 경우 ‘싹을 확실하게 잘라내지 않는다면 결국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음’을 인지하는 데에서부터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당장은 ‘보류’를 택한 KBL이 반드시 되돌아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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