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부재' 한화, 총력전으로 맞서는 최후의 고비
“좌완 선발이 없으면 분명 힘들지.”
지난 9월1일 청주 KIA전을 앞두고 한화 김성근 감독은 좌완 선발 없이 시즌을 꾸려야하는 어려움에 대해 털어놓은 적이 있다. 실제 한화는 유먼이 지난 7월11일 잠실 LG전에서 선발로 나선 것을 마지막으로 56경기 연속 우완 투수만을 선발로 내보내고 있다. LG와 NC 등도 비슷한 입장이지만 한화에게는 언더 유형의 선발마저도 없기 때문에 로테이션 자체가 더욱 단조로운 상황이다. 사실상 유일한 좌완 선발이었던 유먼은 이미 짐을 꾸렸고, 유창식이 시즌 초 KIA로 트레이드 된 가운데 그를 대신해 영입한 임준섭도 어깨가 좋지 않아 5월 중순 이후 자취를 감췄다.김 감독은 두 번째 투수로 좌완 불펜 카드를 자주 꺼내드는 점에 대해서도 우완 선발 일색의 단조로움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언급했다. 주로 박정진과 김기현이 이같은 역할을 책임져왔다.
하지만 지난 11일 김기현마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박정진 역시 1군에는 남아있으나 10일 SK전 이후 더 이상 마운드에 오르지 않고 있다. 박정진의 경우 어깨와 팔꿈치가 좋지 않아 올시즌 등판이 더 이상 힘들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심지어 박정진과 함께 좌완 필승조의 중추적 역할을 책임졌던 권혁마저 후반기에는 평균자책점 7.16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는 사실상 ‘좌완 선발’을 넘어 ‘좌완 투수’ 자체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인 김범수가 박정진-권혁을 대신해 좌완의 새 희망이 되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결국 김성근 감독은 전날 넥센전에 앞서 상대 타자 유형에 맞춘 이른바 ‘좌우놀이’를 더 이상 크게 감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좌우 여부에 초점을 두기 보다는 상황에 따라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투입하겠다는 의미.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좌타자에게 붙일 믿을만한 좌투수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김 감독은 올시즌 박정진-권혁을 연달아 기용하는 등 상대 타자의 유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도 자주 선보였다. 또한 같은 유형의 투수들 사이에서도 체격과 구질, 투구 스타일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에 현재 안고 있는 좌완 투수 부족 현상이 생각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실제 ‘좌우놀이’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과 함께 이를 신봉하지 않는 사령탑들 역시 많다. 그러나 넥센-NC-삼성(2연전) 등 9월 막판에 맞붙는 상대팀들이 기본적으로 팀 성적은 물론 팀 타율 역시 1~3위를 독식하고 있으며, 특히 삼성과 넥센의 경우 우투수를 상대로 팀 타율(삼성 0.322, 넥센 0.303)이 압도적으로 강력한 면모를 드러내고 있어 김성근 감독으로서도 이에 대해 전혀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화의 우완 핵심 투수들도 대체적으로 우타자보다는 좌타자를 상대로 더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대안을 찾아내기 어렵다. 28일 NC전 선발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넥센전 탈보트, 삼성전 김민우 및 로저스가 맞대결에서 비교적 강한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 당장은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선발 로테이션의 파괴를 선언한데 이어 좌우 맞춤형 투수의 투입마저 더 이상은 어렵게 된 한화가 오직 총력전을 통해 마지막 고비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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