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떠나고 거포가 된 그들, 어떻게 봐야할까
데일리안 스포츠 = 김평호 기자]잠실 떠나고 거포가 된 그들, 어떻게 봐야할까박경수에 이어 이번에는 정의윤이다.올시즌 LG에서 홈런을 1개도 터뜨리지 못했지만 SK 이적 후 무려 홈런 12개를 쏟아냈다. SK에서 한 시즌을 모두 소화할 경우 30개 이상의 홈런을 터뜨릴 수 있다는 계산도 흘러나온다.김상현, 박병호, 박경수에 이어 정의윤까지. 빛을 보지 못했던 잠재력이 뒤늦게나마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두고 있는 LG를 떠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정의윤의 경우 문학구장과 궁합도 잘 맞는다.SK 와이번스의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문학구장은 좌-우 95m, 중앙 120m로 타구장 대비 그라운드 크기가 작다. 특히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가장 짧고 펜스 높이도 낮아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 중 하나로 손꼽힌다.드넓은 잠실구장을 수십 년 가까이 지켜본 정의윤이 부담을 덜고 홈런을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다. 좌-우 100m, 중앙 125m의 잠실구장에 비하면 문학구장은 확연히 작다.박경수의 경우 장타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선수였다. 2003년 LG 입단 당시 유지현의 뒤를 이을 차세대 유격수로 애초부터 팀이 기대했던 우타 거포유형은 아니었다. 실제 올시즌 전까지 박경수가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한 건 2008·2009시즌의 8개가 전부다.그러나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한 선수라는 이숭용 kt 타격 코치의 장담은 이제 현실이 됐다.
27일 현재까지 박경수는 무려 22개의 홈런을 쳐내며 숨겨 두었던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정의윤과 마찬가지로 박경수 또한 잠실구장과 수원구장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다. 잠실구장 보다 크기가 작은 수원구장에서 오는 심리적 안정감도 박경수가 늦게나마 꽃을 피우는데 한몫했다.비단 올시즌 박경수와 정의윤 뿐만은 아니다. 과거 LG에서 뛰었던 김상현은 지난 2009년 KIA에 트레이드 되자마자 대형 거포로 변신했다. 타율 0.317 36홈런 126타점을 기록하며 그해 KIA의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2011년 시즌 도중 LG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박병호는 이듬해 타율 0.290 31홈런 105타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을 올리더니 최근에는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50홈런이라는 금자탑을 달성하기도 했다.
무리한 거포 양성보단 구장에 최적화된 선수 운용이 적절LG를 떠나 거포가 된 이들은 모두 벗어던진 부담감을 환골탈태하게 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은 사실상 많은 홈런을 쳐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곳이다.실제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선수 가운데 홈런왕을 차지한 선수는 1995년 김상호(당시 OB·25개)와 1998년 타이론 우즈(OB·42개), 단 두 명 밖에 없다.그러나 전통적으로 좌타 라인에 강점이 있던 LG는 타선의 밸런스를 맞춰줄 우타 거포 영입을 갈망해 왔다. 고교 시절 거포로 날렸던 박병호와 정의윤 등이 큰 기대감을 안고 LG에 입단했지만 결국 많은 부담감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이적 후 뒤늦게나마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다.거포에 대한 LG의 집착은 같은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산과는 비교가 되는 대목이다.
김경문 NC 감독은 과거 두산 감독 재임시절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등을 앞세운 ‘육상부’를 운영한 적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 선수들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김경문 감독의 맞춤형 복안이었다.이후 두산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LG와는 달리 꾸준히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초대받으며 강팀 대열에 합류했다.향후에도 잠실을 홈으로 쓰는 이상 홈런왕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상 쉽지는 않아 보인다. 오히려 구장 특성에 맞춘 선수 운용이 잠실에서는 스타가 되기에 더 용이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최근 양상문 LG 감독이 선수들에게 실패하더라도 과감한 주루플레이를 요구하는 것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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