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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5시간12분 역전승에 가려진 '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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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 기자] 결과는 짜릿한 끝내기 승리, 5시간12분이 걸린 대역전승은 모든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하다. 다만 대역전승에 가려진 시행착오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당장의 승리에 도취된다면 앞으로 가을야구를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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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26일 대전 삼성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10-9 짜릿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오후 6시29분 시작됐던 경기는 11시41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김태균의 끝내기 안타가 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올 시즌 두 번째로 긴 5시간12분 대혈전. 5위 KIA에 다시 1경기로 따라붙는 의미 있는 승리였다.

그러나 이날 경기는 시작부터 최악이었다. 선발 안영명이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삼성의 1~6번 타자들에게 홈런 포함 6연속 안타를 맞은 것이다. 14개의 공을 던지고 조기 강판됐다. 안영명은 지난 21일 대전 kt전 8이닝 105구 이후 4일 휴식을 갖고 등판했으나 독이 됐다. 가뜩이나 어깨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 말소되기도 했던 안영명이라는 점에서 4일 휴식 선발은 분명 무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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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명이 강판과 함께 선발 포수 조인성까지 정범모로 교체하며 야수 엔트리를 낭비했다. 2회 1사 2루 찬스에서는 강경학이 대타 제이크 폭스로 교체돼 타석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경기에서 빠졌다. 폭스의 내야안타로 연결된 1사 1·3루에서 신성현이 삼진을 당해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성현은 4회에도 삼진으로 물러나 5회 수비에서 이시찬으로 교체됐다. 조인성 대신 들어온 정범모는 3회 2루 송구가 빗나간 사이 더블 스틸로 추가점을 허용하며 수비의 난맥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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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동점으로 맞선 9회말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스스로 걷어찼다. 9회말 1사 1·3루에서 김회성이 볼카운트 3-1에 스퀴즈번트를 시도했으나 투수 앞 땅볼이 되면서 3루 주자 제이크 폭스가 홈과 3루 사이에서 아웃됐다. 김성근 감독은 "9회에 끝냈어야 했는데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번트에 능하지 않은 김회성과 발이 느린 3루 주자 폭스의 조합으로는 스퀴즈가 어려웠다. 결국 9회말 기회를 놓치면서 경기가 더 길어졌다.

마지막 11회말에도 1사 1루에서 김회성에게 보내기 번트 사인이 전달됐다. 그러나 투볼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도 김회성에게 번트 사인은 계속됐다. 이후 두 번 연속 번트 파울을 범하며 볼카운트가 2-2로 몰렸고, 결국에는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6회말 추격의 스리런 홈런을 터뜨린 김회성이었지만 긴박한 상황에 번트와 같은 섬세한 플레이는 심히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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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김회성의 삼진 이후 정근우의 볼넷으로 찬스가 연결됐고, 김태균이 좌중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리며 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9회말 끝낼 수 있는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승리투수가 된 권혁은 2⅓이닝 동안 총 35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뺐다. 당장 NC와 2연전도 힘든 승부가 예상된다.

자칫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벼랑 끝이었지만, 그래도 한화가 무너지지 않고 우뚝 일어선 것은 의미가 크다. 거듭 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포기를 잊은 오뚝이 본능이 살아난 것이다. 끝내기의 주인공 김태균은 "경기 초반 점수를 많이 주며 힘든 경기를 했지만 모든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다. 다들 고생한 덕에 내게도 기회가 왔다. 우린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강조했다.